좌우가 번갈아 움직이는 교번운동은 그물척수로(Reticulospinal tract)라는 특정한 신경망을 통해 일어나며, 이는 육상동물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교번운동을 할 때 신체의 앞과 뒤는 방향을 잡고 몸을 회전하기 위해, 또는 방향 전환과 운동 추진력을 동시에 얻기 위해 서로 대칭적으로 협응운동을 합니다. 예를 들어 개가 질주할 때 머리와 꼬리가 정교하게 협응함으로써 방향과 균형을 잡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협응운동이 바로 운동(Kinetic) 대칭성입니다.
어류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진화 역사 속에서 형성되는 대칭(Symmetry) 모듈은 다음의 네 가지가 전부입니다.
방사대칭: 형태 유지 목적
좌우대칭: 운동 추진 목적
상하대칭: 중력 대응 목적
전후대칭: 운동 방향 목적
이 모든 대칭 모듈에는 '중력에 대응한 균형'이라는 필수적인 요소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생체 구조를 이루는 모듈은 이 4가지가 전부라는 사실입니다. 이 네 가지 대칭 모듈이 겹겹이 쌓이면서 신경학적으로 한층 세밀하고 공고해진 패턴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내적구조입니다. 어류 단계에서 마침내 완성된 '1축(Primary axis)'이 이 모든 모듈을 담아낸 내적구조의 결정체이며, 이것이 겉으로 드러난 해부학적 구조(Anatomy)가 바로 척추(Vertebral column)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척추동물은 이 1축의 내적구조가 전신에 반복적으로 투영되는 프랙탈(Fractal)적 특성을 가집니다.
4. 육상동물로의 진화: 중력에 맞선 구조적 대전환
물속에서 육지로 진화해 올라오면서 동물의 구조에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는 전적으로 중력 때문입니다. 부력이 작용하는 물속에서는 중력의 영향이 그다지 크지 않지만, 사방이 공기인 육지에서는 온몸으로 엄청난 중력을 견뎌내야만 합니다. 즉,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기(운동)를 시작하기 전에, 중력의 압박 아래에서 먼저 자신의 형태를 유지하고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생존 과제가 주어진 것입니다.
물고기를 땅 위에 올려놓으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지고 맙니다. 척추를 중심선인 '1축'이라 할 때, 앞에서 뒤로 이어지는 이 종적인 1축만으로는 육지의 중력 속에서 균형을 잡을 수 없습니다. 반드시 좌우를 지탱하는 축이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양서류는 어류와 달리 머리와 몸통이 좌우로 넓적한 형태를 띠게 됩니다.
이 좌우의 횡적인 축을 '2축'이라 하면, 1축과 2축은 서로 교차하며 플러스(+)자형 구조를 이루게 되고, 이 덕분에 옆으로 넘어지지 않게 됩니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이 +자형 구조는 일종의 방사대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육상동물이 이 내적 균형 구조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전정척수로(Vestibulospinal tract)와 시개척수로(Tectospinal tract)라는 전용 신경망이 고도로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십자형(+) 축에서 대각선(X) 축으로의 진화
십자형(+)의 두 축은 정지 상태에서 균형을 잡을 수는 있지만, 이 상태 그대로 앞으로 전진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좌우 교번운동을 해야 하는데, 이 교번운동을 통해 추진력을 얻으려면 좌측과 우측의 앞뒤가 서로 반대 위상으로 교차하며 움직여야 합니다.
따라서 좌우 축은 단순한 하나의 가로선에 머물지 않고, '좌측 앞–우측 뒤'로 이어지는 축과 '우측 앞–좌측 뒤'로 이어지는 X자형 대각선의 2개 축으로 분화됩니다. 물론 이때 좌우·앞뒤 구조 역시 전후로 교번운동을 하므로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복합 교번운동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시스템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방사대칭의 관점에서 이를 '좌우-전후 X자형 대각대칭 운동'으로 단순화하여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고대 육기류(지느러미에 살이 붙은 어류)에서 발달했던 앞뒤 4개의 근육성 지느러미는 양서류에 이르러 이 X자형 축을 구성하는 '사지(네 다리)'로 진화합니다. 육상동물이 걸어갈 때 좌측 앞다리와 우측 뒷다리, 그리고 우측 앞다리와 좌측 뒷다리가 엇갈리며 교번운동을 하는 것이 바로 X자형 2축과 3축이 결합된 내적구조의 실체입니다. 이는 인간의 생체역학(Biomechanics)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됩니다. 우리는 걸을 때 무의식적으로 오른팔과 왼다리, 왼팔과 오른다리를 서로 교차시키며 대각선으로 걷습니다.
이로써 사지를 가진 육상 척추동물이 전적으로 공유하는 평면적인 내적구조, 즉 '6방 좌우대칭 구조'가 완성됩니다. 이 거대한 대칭의 중심점은 바로 배꼽(Umbilicus)입니다. 육상동물이 사지를 교차하며 지면을 치고 나가는 이 교번운동은 사지 협응을 담당하는 적핵척수로(Rubrospinal tract) 신경망을 비약적으로 발달시켰습니다.
자연이 선택한 최적화: 6각 매트릭스
이 6각(Hexagonal) 구조는 자연계 전반에서 아주 흔하게 발견되는 기하학적 형태입니다. 가장 완전한 방사대칭을 이루는 도형인 '원(Circle)'이 한정된 공간을 빈틈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채우려고 할 때, 수학적으로 반드시 육각형 구조가 도출됩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결정의 형태, 곤충의 겹눈 구조, 벌들이 지은 벌집의 기하학, 그리고 인체 내부를 구성하는 물(水)의 분자 구조가 6각을 이루는 것이 모두 같은 원리입니다. 즉, 6각 구조는 자연이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한 최적화(Optimization)의 절대적 결과물입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살펴본 신경망들, 즉 그물척수로(좌우 꼬리운동 및 추진), 전정척수로(중력 균형), 시개척수로(시각적 균형), 적핵척수로(사지 협응운동)는 모두 독립된 네트워크가 아닙니다. 이들은 중력이라는 거대한 환경 하에서 신체의 형태와 움직임의 내적구조를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감각하는 척수소뇌로(Spinocerebellar tract)의 무의식적 고유감각(Proprioception)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작동하는 거대한 운동 출력 신경망 매트릭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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